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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방에서 자니 아침에 더 눈뜨기가 힘들다
6시 반에 알람을 맞췄는데
8시 반이 되어서야 겨우 기상하다
으윽 -
내 방의 치명적인 단점은
옆의 화장실 소리가 모두 들린다는 점이다
벽으로 막혀있는 데다 방문도 잠겨있긴 하지만
가벽인건지
사람들의 작은 볼일 소리부터 가스 분출 소리까지
너무 생생하게 들렸다
정말.. 신선한 아침인걸

오늘이야말로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오늘 뿐만은 아니고 앞으로 다 그렇긴 하다
몸이 약간 찌뿌둥하기도 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도 했기에
오늘은 쉬어가는 날로 정했다
샤워를 후다닥 하고
대충 얼굴에 크림 치덕치덕 바르고
방을 나선다!


어둠의 더번만 봤던지라 해가 뜬 더번이 궁금했다
호스텔을 나서자마자 저 멀리 보이는 바다- 오아
얼마만의 바다인가
쪼끔 아쉬운 것은 하늘이 회색이라는 점
바다는 하늘이 생명인데 말이야!
호스텔 이름은 알고보니 해수욕장 이름이다
호스텔 앞의 해수욕장 이름이 Anstey's Beach
북쪽이 타운인 듯 했다



안스티스 해수욕장은 작고 아담한 시골 버전의 해수욕장이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수영장이 있지만 주변 부대시설은 많지 않다
조금 걸어보다가 메인 해수욕장을 가기로 결정!
가장 인기많은 해수욕장은 North Beach라는데
다른 해수욕장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무작정 North Beach에 핀을 설정하고 우버를 부른다
(교통비.... 정말 만만치 않았다.... ㅠ0ㅠ)

노쓰비치에 도착! 신세계다!
해운대자나
물론 해운대가 세상에서 제일 좋긴 한데
해안가에 건물들이 쭉 늘어져있는 것이 나름 비슷하다
내가 맛보고 싶었던 프렌차이즈 음식점도 주르륵 있다!
배고파도 좀 참고
오늘은 고고하게 미식여행을 해보고 싶었는데..
역시 난 그렇게 고고하지 못했다
허허허허허
스티어스랑 데보니어피자 중 고심하다가
스티어스로 선택!




가장 헤비한 친구로 고른다
여기서 치즈버거 먹을 순 없자나? (합리화)
바로 ribster 버거 콤보
사진과 조금 다른데다가 rib 대신 떡갈비 같은 친구가 들어있긴 하지만
다 먹어치웠다
.
.


먹으며 간만에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29일 아침 훈련소를 졸업하는 연우를 데리러 내일 전주로 가서 1박 한대
- 조심히 가 그리고 아빠 술 그만 먹어
맞다 아빠에게 지금 더번이라고 말했더니 더번을 알고 있다
수십년 전에 무슨 격투기 선수가 더번에서 우승을 했다고.... 글쿠나.. 그걸 기억해..?
그리고 엄마에겐 제니 얘기를 꺼냈다
- 엄마 어제 나 버스 안에서 알쓸인잡 크리스마스편 봤어
근데 산타할배께 받은 줄 알았던 내 인형 제니
생각해보니 엄마가 골랐겠다 싶은거야
엄마 그거 어디서 산거야?
엄마는 이제 그걸 알았냐며 웃는다
- 그냥 그런 거 파는데서 샀겠지
괜히 또 코끝이 찡하다
- 또 연락하자! 나 잊지마!!!
일본친구에게 일본 여행지 추천 받았다고도 얘기했는데(노자와 온천이랬나)
엄마는 이탈리아도 가고 싶다고 했다
컨셉은 성악 음악
괜찮은걸?
엄마에게 클래스 알아들을 수 있겠냐고 묻고 말았지만
이 컨셉의 여행 꼭 가야겠다
불끈

배를 뚜들기며 남쪽으로 걸어본다
남쪽으로 해수욕장이 줄줄이 있기도 하고
맨 아래 쪽에 마하카페라는 곳도 있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봄..)
거길 찍고 돌아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마법처럼 하늘이 깨끗해진다-
아까랑 영 딴판이잖아!
하늘은 파랗고 바다는 푸르다
앞쪽 바다는 짙은 청록색
먼 바다는 한없이 깊은 푸른색
흰 파도가 예쁘게 넘실거린다
입안으로 중얼거리게 되었다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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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 찍으며 사람 바다를 번갈아 구경하다보니
멀 것 같던 남쪽 끝이 지척이다
중앙엔 호텔이 많더니
가쪽에는 나지막한 고급 아파트가 많다
그리고 골목에 위치한 줄 알았던 마하카페를
우연히 딱 마주쳤다
오왕!
입장



메뉴판에는 자랑스럽게도 코리안스타일 치킨윙이 맨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른 배를 무시하려다가
실란트로가 들어있는 걸 보고 정신을 차려본다
- 아이스라떼랑.. 베이커리는 뭐 있어요? 저기 구경해도 돼요?
- 응 보고 와
- 애플파이로 할게요!
.
.
진짜 놀랍게도
라떼 더럽게 맛이 없었다
라떼라고 부르기 화난다
슴슴하면서도 쓴 우유탕이었다
레시피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냥 먹었다
아라쌤과 예산변경 관련 콜을 잠시 했기 때문
휴가를 내긴 하지만
그녀가 내 몫까지 일을 하고있나 싶어 괜시리 미안해졌다
.
.
더럽게 맛이 없는 우유탕을 뒤로하고
다시 해변가를 걸어 돌아온다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행복한 비명소리와 웃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전파된다
나 카쿠마 어찌 돌아가지
그런 생각이 왕왕 든다
2월에 한국행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난 한국행만 바라보는 바보다



더번은 조벅에 비하면 정말 안전했다
꽉 쥐고 걷긴 했지만 휴대폰도 손에 들고 있었고
길에서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적었다
뭐 물론 아예 없진 않지만..
시스터 나 밥 먹을 수 있도록 코인 좀 줘
혹은 무대뽀 차이니즈! 니하오!
혹은 캣콜링도 있다
아까는 딸내미 데리고 햄버거 먹으러 온 아버지가
내 번호 따가서 엥? 했다.. 아재요
암튼 오늘 나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쇼핑몰은 거리가 멀어서 교통비 부담이 컸다
가까운 스벅을 가서 다음 행선지(레소토 OR 케이프타운)를 정하고
계획을 세워야 했다
밀린 블로그 쓰기는 덤
.
.
짠
도착크!
파티오 최고다



앉자마자 옆옆 맞은 남자애가 말을 건다
말소리가 너무 작아서 조금 짜증이 났다
- 혹시 풀타임 프로그래머야?
- 아..니 왱?
- 마우스가 그런 사양처럼 보여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인들은 일에 좀 진심이거든..
그 때부터 온갖 이상한 얘길 꺼낸다 주여
- 한국인 첨 만나봤어 일본인은 만나봤는데....... 나한테 한국어 가르쳐줘
- 케이프타운 간다고? 나도 따라가도 돼?
하더니 게임 얘기.. 애니메 얘기.. 등등
알아듣지 못하는 얘기를 한다...
어.. 어..... 영혼없이 대답하는데
그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
개의치 않는다
계속 구글에 무슨 알파벳 네 글자를 쳐보라고 한다
'나 콜 좀 할게' 이미 귀찮은 티 팍내고 에어팟도 꼈는데
하씨
쳐보니까 역시나 알 수 없는 세계다
이미지를 눌렀더니 왠걸
적나라한 알몸의 애니 여자들이 가득하다
개미친놈
그냥 그때부터 대놓고 씹었다 여기서까지 별 덕후새낄 다 만난다
맞다 나한테 you are dirty를 한국어로 어찌 발음하냐고 겁나 물어본다
- 왜? 안 가르쳐주고 싶은데 니가 구글해
- 이럴때 저럴때 필요한데 발음을 못 읽겠어..... 에베베베
하더니 번역 화면을 덜컥 보여준다 ㅅㅂ
- 난 말하기 싫은데
- 뭔뜻인데?
- You dirty bitch
- 헉 그냥 더럽다를 뭐라고 해?
- 그만 좀 하자
나 그냥 블로그좀 하게 냅둬
그러고 안부전할 겸 케냐로 통화를 걸어본다 바로 다희대리님!
별 얘기 안해도 통화하고 나면 위안이 많이 되는 편이다
늘 감사합니당
모쪼록 미친놈은 번호를 들고 떠났고 (의미 없는 번호)
내일부터 어찌할지 본격 고민해본다
-
고민 1. 레소토까지 가는 것은 괜한 욕심일까?
난 귀여운 13박(남아공 12박) 여행 중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걸 선호하지 않는데
레소토는 처음부터 왠지 괜히 아른거리고 있다
솔직히 반일투어 주제에 30만원하는 가격도 에바다
보여주기식 투어도 싫은데 가격도 비싸고 여러모로 고민을 했다
결론은?
결제 완료
안가고 아른거리느니 가고 별로인 편이 나아서
-
고민 2. 그럼 레소토 내일 갈까?
케이프타운 얼른 가서 최대한 오래 있고 싶은데
하지만 내 몸이 거부했다
너무 피곤할 것 같아....
결론은 레소토는 이틀 뒤인 목요일에, 케이프타운은 금요일 아침에 떠나기로 했다
그럼 내일 여기서 뭐하냐구?
환전/데이터 충전/필요물품 구매 등 중간정비 좀 하고
연말 마무리 좀 하려고 한다
12월이 4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매일을 맞기 바빠서 이러다간 얼떨결에 2023년 맞을 것 같았다
사실은 합리화다! 타당한 합리화!
여유로운 동네에서 너무 급히 움직이기 싫었다
내일이 알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고민 3. 그럼 지금 머무는 숙소는 연장해야 하나?
최악은 아니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기대한 도미토리가 아니며(도미토리를 가도 혼자다)
비때문인지 습한 곰팡이 냄새가 많이 나고
나무로 만들어진 캐빈이라 벌레도 많을까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위치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체크인 때부터 관리가 부실하단 생각에 정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내일부터 2일간 에이어비앤비를 잡았다
공항 근처로 잡아서 모레 아침 일찍 떠나기 편하도록 했다
-
고민 4. 그럼 케이프타운까진 어찌 가나?
버스는 15시간 넘게 걸릴 것 같고
기차 운행은 재개했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더번-케이프타운 라인이 없어서 돌아간다
12월 말 비행기표 가격은 어이없었지만
국내선이 비싸단 얘기 듣긴 했다
결국 22만원짜리 뱅기 끊다-
몇 년 전과 달리 지금 나에게 여행의 우선순위란
저렴한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이동에 더 맞춰져있다
그렇게 되었더라
암튼 이렇게 대충 정해졌다!
케이프타운 내 동선이야 그때그때 정할 것이고
1. 수요일은 중정비 및 연말 마무리 in 더번 시내 및 에어비앤비 숙소
2. 목요일은 레소토 투어 (6am~)
3. 금요일은 케이프타운 이동 (8.30am~)
땅땅-
신난다!!!!! 내 통장 잔고 말고!
내년엔 좀 더 착실히 모아야지......


암튼 아직도 스벅이다
시간은 저녁 8시 20분
선선한 바람과 사람들의 수다소리가 머물고 있다
같은 테이블 내 아빠와 딸은 카드게임을 한다
이제 숙소로 가야겠다
오늘은 여유있게 바다를 즐긴
의미있는 날이었다
무려 4년 전 월드컵으로 접했던 그 나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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