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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가 밝았다
내 30대 중 첫번째 날
앞으로도 나 잘 부탁해!!!!!!!!!!!!!
는 무슨
목 마른 채로 8시 반에 기상
어제 맥주 좀 마셨다고
상당히 갈증 상태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찌든 몸을 뿌득뿌득 씻긴다


클라우디아가 침대에 없기에 조식 먹으러 내려갔는데
클라우디아가 아니라 아하드가 멀리서 손을 흔든다!
- 나 어제 진짜 완전 잘잤잖아
그러다 발견한 아하드 접시
회전초밥인가
- 왜 두 겹이야? 두 접시 먹었니
- 응 내가 작다고 했잖아 아메리칸한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하드는 늘 위성사진과 교통상황을 나타내는 지도를 보여주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 나 일단 친구를 잠시 만날 예정이거든
그래서 한 12시 반에서 1시 정도에 출발하는 거 어때?
반도 동쪽 라인으로 쭉 내려가다가 펭귄 보자!
중간중간 해변가에서 수영할 수도 있으니까 비치타월이랑 스낵 같은 거 챙기고
남쪽에 희망봉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 어때
- 너무 좋다 1시로 하자! 선셋은 어디에서 보이는데?
- 희망봉에서 보일 거야!
- 오 완벽 그럼 클라우디아한테도 그렇게 전할게
그가 떠나고 클라우디아가 곧바로 온다
오늘 나는 뭘할까..
늘 카페에서 노닥거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데
꾹참고 비스킷 마켓에 가야겠다고 하니
- 나도 조인할 수 있을 것 같아!
본인이 원했던 마켓과 시간대가 안맞아서 그렇다는데
이틀 연속 가도 되냐고 물으니 괜찮대
.
.
사실 오늘은 조벅 방으로 옮겨야 하는데(이 호스텔에서 매일 옮겨다님)
리셉션에 다시 가본다
- 나 오늘은 조벅 방으로 옮겨야 하는데 상파울루에 남아있는 방법은 없어?
- 상파울루 이미 꽉차서 조벅으로 옮겨야 해 11시 체크아웃 했다가 3시에 다시 들어와
하..... 이놈의 짐싸기 그만 좀

그렇게 짐싸서 체크아웃하고,
잠시 업무 좀 확인하니
시간이 어느새 11시 20분 두둥
11시에 나서기로 했는데 미안 클라우디아

마켓은 기대하지 않았어서 그런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정식 이름은 The Old Biskuit Mill
하필 1월 1일 공휴일이라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지만
음식 및 거리의 옷들은 팔고 있다 with 둠칫둠칫 음악!

클라우디아에게 음료 하나를 사고
이것저것 구경한다
맛있는거 너무 많았는데
곧 우리 스낵사서 놀러갈 거니까.. 꾹참..


몇 없는 옷가게들
사실 가게는 다 닫았고 광장 야외에서 파는 옷들이 몇 있었다
그중에 맘에 드는 거 하나 입어보았는데
쫌
애매한걸
더 늙기 전에 나도 예쁜 거 이것저것 많이 입어보고 싶은데
앞으로 입을 날도 없어 보이고 흠
땀 잘 마르는 추리닝이나 사는 서른살이란..
서른된 기념 하나 사서 걸어놓기라도 할까!
하다가 그냥 포기
10몇만원을 투자할 정도의 디자인은 아니라서
아쉬웠다
알고보니 클라우디아에서 옆 방에서 같은 것을 입어봤었는데
그녀도 같은 이유로 포기했다
.
.
아무튼 드라이브 중 먹을 간식 + 아하드 아이스티 하나만 사고
호다닥 호스텔로 복귀!

리셉션에서 아하드는 늘 그렇듯 우리 곁에 짠 하고 나타난다
그는 사람 좋은 웃음과 유머를 fully 장착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유쾌방쾌한 친구다 (37살이긴 함)


이것이 바로 그의 렌탈 붕붕이
- 비치타월 챙겻지 킴?
- 아니 그런 건 없어
그냥 쪼끄만 타월 하나 챙겼어 나 괜찮아!
카쿠마에서 온 사람에게 도시 차림새라던지 준비물은 조금 어렵다
- 흠 그래? 호텔 수건이라도 들고 오면 안돼?
- 나 그거 이미 반납함 새 거는 아직 못받았어
- 내 수건이라도 쓸래?
- 아니 진심 괜찮아
그러더니 자기 방에서 덜컥 살짝 축축한 수건을 들고온다
놀리던지 스윗하던지 하나만 해
아무튼
펭귄쓰 보러 추울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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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남의 차를 얻어타고 펭귄을 보러갈 줄은 정말 몰랐다
남아공 여행 알아볼 때만 해도 크게 관심이 생기진 않았던 옵션이다
펭귄투어하면
우수아이아에서 돈 없어서 펭귄을 못봤던 생각밖에 나질 않는걸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게 2018년 2-3월이었으니 그새 5년이 지났다
나 많이 변했어!!!!!!!!!!!!!!!



케이프타운은 어디를 어떻게 다니든
도로도 풍광도 모두 아름답고 예쁜 도시다
네비 찍고 조금만 이동하니 금새 해변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해변의 인파도 보이는데
ㅠㅠ
난 어제가 최고였다고 생각했다구..
감동은 계속되는 거였다!
표현할 길이 도저히 없으니
- 아 진짜 못생겼다 그렇지 않아?
- 응 눈으로 담을 수가 없네
이러고 앉았다
.
.
우리는 인근 마을에서 스낵 와인 치즈를 사기 위해 마트를 찾아 다닌다
저 멀리 woolworths가 보인다
- 오 내 뻬이보릿 마트!
- 저기 가즈아!
일단 입장하는 순간 과일코너에서부터 눈이 돌아감
칼을 사서 수박을 잘라먹고 망고(+포도)도 먹기로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수박 진짜 웃긴 일 일어남

치즈 3개 크래커/과자 n개 초콜릿 2개 등 샤핑 완료
다만 아쉽게도 칼, 와인을 팔진 않아서
다른 곳을 조금 더 전전해야했다
아 아하드 빼고 계산하기로 했는데
지도 꾸역꾸역 뭔가 사겠다면서 음료수랑 초콜릿을 산다
저 사진은 주머니에 꾸역꾸역 음료수 담는 모습
어제 프리워킹투어할 때나 호스텔 안에선 플러팅하는 것 같아서
얘 뭐징 했는데
잠시 지내다보니
그냥 매사에 천연덕스러운 좋은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을 드넓은 여행길에서 만난 건 참 행운인 것 같아
사람 대 사람으로 배울 점이 많다

픽앤페이 liquor store에서 화이트 와인 2개 겟또
(닫은) 슈퍼마켓을 전전하다가 드디어 칼을 파는 마켓도 찾았다
계산원 아저씨는 방라사람이라
- 돈노밧!
.
.
펭귄이 사는 Boulders Penguin Colony에 도착
갓길에 차를 세우고 아래 해변 쪽으로 조금 걷는다
줄서있다
남아공은 좋겠다 투어로 돈 엄청 벌어서



줄이 2개길래 내기했는데 간발의 차로 우리가 먼저 표 끊기 성공
이겼다


바로 옆에 해변을 끼고 조금 걷다보면
펭귄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악 심장 아파



저 털은 일년에 한 번 가는데
21일간 털갈이를 할 때는 수영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 엥 그럼 밥은 어떻게 먹어??
- 안먹어 그래서 털갈이 직전에 미리 엄청 먹고 지방을 비축해둔대
쟤봐봐 엄청 뚱뚱하잖아 근데 21일 동안 조금씩 스키니해지는 거지
- 와와 진짜 신기하다
진짜로 듬성듬성 털이 난 아이들은 무기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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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이 심해서 그런지(모래로 살이 너무 따가웠다ㅠㅠ)
펭귄들이 엎드려 있는데 그것마저 사랑스러워억

사진을 한가득 찍어대고
내 사진도 한가득 찍어본다
옷을 너무 대충 입었다..
나도 컬러풀하고 프리링프리링한거 입어야 하는데
놀랍게도 치마는 무슨 추리닝 바지만 3개 챙겨온 사람이다
30대에는 분발하기를..

바람 덕에 나의 윗도리는 파도처럼 춤을 추고
머리카락은 중력을 거스른 채 바닷내와 뒤섞여 진득해져갔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또 후드 그리고 팔찌 스티커를 산다
그간 기념품을 마그넷/그림 말고 산 기억이 단 한 번도 없는데
나 진짜 직장인 같아서 신기했다

남아공이 기념품을 아주 잘 만드는 데다가
이 기념품샵 같은 경우엔 펭귄과 동물 보호를 위해 쓰인다고 하니
더더욱 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졌다!


샛길을 따라 작은 해변 안으로 이동하니
사람들은 수영을 하고 있고
그물망 너머 바위 위 펭귄들이 있다


오마이갓
납치 딱 하고 싶다



펭귄 구경 시일컷 한 뒤
우린 다시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희망봉 옆 해변 Diaz Beach로 가자-
(중간 사진은 로드 이름이 재밌어서 혼자 찍어봄)
해변 가는 길 1:


잠시 내려 단체 사진도 찍는다
난 귀찮았는데.. 사진에 미련이 없다.... 그냥 대충 맞춰준다..
내가 제일 작아서 앞에 선다...
그나저나 아하드는 왜 자꾸 팔로 서는거야
의문이 들었다
해변 가는 길 2:

바분baboon을 마주쳤다
난 인생 처음으로 들어보는 친구다
- 쟤네 위험해?
- 엉 화나면 사람 공격해 죽을 수도 있을 걸
헉
아하드는 한참 대화를 시도한다
.
.
근데 웬걸
구글이 안내하는 대로 가다보니
해변이 아니라 케이프포인트 등대 입구에 도착 뚜둥
이미 시간은 5시를 향해가고 있고
아메리칸 아하드는 배고프다고 난리친다
ㅇㅋ 수박 먹기로 결정


그래서 난데없이 큰 칼과 통수박을 들고 주차장에 내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걱서걱 수박통 자르기 시작
(칼 꽂자마자 칼이랑 플라스틱 분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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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수박속!!!!! 훠우!
아하드랑 수박 광고 사진을 찍음
그리고
.
.
.
대형 바분 등장
바분이 우리와 수박을 번갈아 보는데
"RUN!!!!!!!!!!!!!!!!!!!!!!!"
자칭 비스트맨 아하드 음속으로 도망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는 그보다 반사신경이 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ㅁㅊ
진짜 트라우마야
바분이 나 보는데 소리 꽥 질렀다
그 2초가 정말이지 영겁으로 느겨졌다
정면으로 눈을 마주한 순간 고민 1초 더 했다
수박 지킬지 바분한테 갈기갈기 찢길지
진짜로 거짓말 아니고 찢기는 상상까지 했다
그리고 수박 반통 던지고 냅다 차안으로 달렸다

내 수박은 바분의 차지다
- 이 애쓰홀
바분은 겁나 수박을 먹어치우고 있고 주위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난.. 쳐다볼 수가 없어... 뒷좌석에 처박혀 있다
무서워..
- 아하드 너 진짜 비스트맨이다 (본인 고딩 때부터 별명)
- 어 왜
- 바분 마주치자마자 홀랑 도망가는거보고 진짜 감명 받았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경찰아저씨에게 맥주를 반납하고
오늘은 바분에게 수박을 반납..
남아공 나랑 안맞나
아하드에게 놀림거리 1개가 더 추가되서 지금은 한 27개 된다
바분은 끊임없이 차안을 보며 한동안 그 자리에서 수박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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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아하드가 남은 수박 반반쪽 손에 들고 바분 영상 찍을 겸 움직이다가
바분 심기 건드림
당시 내 뒷좌석 문이 열려 있었는데
아하드 냅다 수박 반반쪽을 내 머리로 던지고 도망간다
"CLOSE!!!!!!!!!!!!!!!!!!!!!!!"
미친넘이
머리에 수박 맞아본 사람
어이 나이데스..
한참 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난 킴 너가 농구 잘하는 줄 알았지
체구가 작아서 슬프다

잘 먹고 잘 지내..
바분사태를 정리하고
남은 수박 조각들은 트렁크에 내팽겨둔 채
우리는 계단을 우선 오르기 시작한다



바람이가 미쳤어요
경사도 미쳤다
시간도 없어서 짧은 가랭이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허억허억


아하드는 늘 사진영상 찍어주기에 진심이다
- 킴 잠시만 가만히 있어 움직이지마 (가만히 못있는 나...)
그리고 클라우디아는 굉장히 사진 남기는 데에 진심인데
아하드가 잘 받아주어 고마웠다



.
.
그나저나 등대가 기억은 나는데
등대 꼭대기를 돈 기억이 없다
끝까진 안가고 몇 계단 남긴 채 돌아왔었나
대자연 바람과 저주받은 체력에 정신이 없다
풍광을 보고 사진으로 남기기에도 여념 없어


그리고 이때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등대와 희망봉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린 그게 그건 줄 알았는데?
희망봉에서 선셋을 봐야해서
지도에 희망봉을 검색해보니 차로 10분 거리다
후다다다다다다닥 내려옴
밥도 제대로 못먹고 이렇게 바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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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타고 이동하는 도중
- 오마이갓 저게 대체 뭐야
응? 보니 바닷가 앞에 엄청 큰 동물이 휘적휘적 걷고 있다
아니
타조다 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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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앞 타조가 유유히 걷는 모습이라니!!!
호스텔 돌아가는 길에는 n마리 떼로 보기도 했다


이동하자 이동
저 멀리 간판이 보인다
저 산 아니 힐이 희망봉인가보다 와우!
태풍같은 바람을 뚫고 클라우디아와 아하드는 사인보드 위에 서보겠다고 한다
클라우디아는 3번 정도 도전했고
1초간 서있기 위해 우리 중 한 사람이 꾹 잡아줘야 했다
(1, 2, 3하면 냅다 카메라 밖으로 뛰기)


나는... 일단 도전했는데... 그냥 1초만에 깔끔히 포기..
아하드와 클라우디아의 손을 잡고 서려고 하다가
- 아 이거 불가능해 나 앉아서 찍을게!!!
아니 대체 어떻게 서있는거야? 바닥에 서있기도 힘든 강풍이었다
세계 8대 불가사의
앉아서 팔 벌리고 찍어본다 히히



그 앞에는 돌탑이 있다
아시안으로서 참을 수 없다
1월 1일, 올해 소원을 간단히 빌었다
'저와 제 가족 그리고 제 주변이 올해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
올해 가는 길에 용기와 힘, 지혜를 주세요'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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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 중년남자가 지금으로부터 30분 내로 공원이 닫히니
지금 당장 이동하라고 말한다
Close out 시간이 by sunset이었는데
그게 그 뜻이었다니-
선셋을 보지 못한다는게 무척 아쉬웠다
우리 뒤를 졸졸 따라오는 차를 보니 우리를 쫓아내야 퇴근하실 수 있는 관계자인 듯 했다
7시 55분 공원 게이트를 벗어나고
8시 1분 선셋 시간까지 6분간
낯선 동쪽해안 쪽으로 120km 밟아본다
하지만 역시 해는 빨라
해안가까지 도달은 못했다
그래도 뷰 자체가 너무 좋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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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는 라이언킹 주제곡부터
이런저런 땐스 음악을 들었다
레마의 캄다운을 저때 알게 되었다
.
.
우리는 어둑어둑해지는 바깥을 바라보며 급허기를 느낌
돌아가는 데까진 꽤나 시간이 걸릴 터였다
피크닉용 간식들 차 안에서 주워먹기로 결정
조금 높은 지대로 이동하여 주섬주섬 간식들을 꺼내고
클라우디아의 다리에 치즈 등 각종 음식을 올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맛있었는데 특히 올리브 선드라이토마토 들어간 치즈가 진짜 미쳤었다...
크래커에 올려먹으면.. 극락..
아하드는 나랑 취향이 같고 클라우디아는 브리치즈를 더 좋아했다
쿰척쿰척 사방팔방 음식 흘리면서
각자 나이도 밝히고
(아하드 나보고 서른 네살로 보인댔나 ㅡㅡ
내 나이 밝히니까 킴 너무 베이비라고 공중 뽀뽀 날림 ㅎ)
여자로서 살기 어려운 점도 얘기하고
결혼 출산 얘기도 한다
아하드는 알고보니 부모님 모두 에티오피아인
출생만 예멘에서 했고 현재는 당연히 미국 사람
- 그럼 혹시 암하릭도 할 줄 알아?
- 응 그건 하지 솰라솰라
쇼킹이다
그럼 암하릭 아라빅 영어 네이티브에 스패니쉬 일부 하는 거잖아?
참나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강요 안해?
우리 아프리카 언니 오빠들이 하도 관련 얘길 많이해서 물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23살 때부터 결혼하라고 하셨지만
지금은 약간 포기상태
하지만 클라우디아 아하드 모두 애기를 갖고 싶다는 것에 동의했다
- 난 남자라서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horny하고 애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 같아
- 그니까 여자는 그게 안돼 냉동난자 어쩌고 저쩌고
.
.
아무튼 굉장히 맛있게 먹고
다시 호스텔로 출발한다!
예상 시간은 36분


운전 중인 아하드는 졸리다며 급 피곤해 한다
- 야 안돼!!!!!!!
누구나 좋아하는 나의 마사지 스킬을 맛보기로 보여준다
잠깨라고 뺨도 이참에 몇 번 가볍게 때렸다
나는 네비게이터로서 방향을 안내하다가(나보고 뒷자석에서 뭐하냐고 면박 줌)
- 아니 좀 자극적인 얘기를 하자
그.. 그래야 깰 것 같아서
그리고 시작된 stories......
이건 나만의 비밀이다.. 난 이정도로 얘기하자는 건 아니었어
아
에티는 대체 왜 다른 달력을 쓰냐니까
독자적인 기독교 정체성과 연관이 있는 듯 했다
근데 하나님이 노해서 모든 종류의 생물 각 2마리와 노아 및 노아의 가족만 보트에 태우고
대홍수를 일으켰다는 설명만 어렴풋 기억이 난다
.
.
모쪼록 겨우 시내로, 호스텔로 도착한다
난 아직 체크인이 남았지롱


그 피곤한 와중에 아하드는
우리가 찍은 n천개의 사진을 취합하자며
아이폰 공유폴더 기능 설명을 한가득 해준다
근데 나랑 클라우디아 폰은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해도 우리는 확인이 안됌..
- 오늘은 그만하자 내일 하자 내일
그렇게 아쉽게 바이바이!
.
.
사실 내일 민스트럴 페스티벌에 갈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둘다
- 우린 완벽한 트리온데?
- 우리 United nations잖아
오늘 밤에 일 최대한 효율적으로 끝내봐
나가는 건 비허용이야
란다
정말 가게 되는 걸까?
사실 갈 것 같다
이렇게 케이프타운을
특정한 누군가와만 보내는 일정은 상상 못했지만
나쁘지 않다 아니 즐겁다
블로그 정리 등은 밤중이나 케냐 돌아가는 길에 하지 뭐!
그렇게 말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어찌보면 엄청난 인연이다
12월 마지막 해를 함께 보고
1월 첫 날도 함께 보낸
의미있는 일행들이다
유쾌한 사람들 속에서 간만에 자유함을 느꼈다
곧 비행기를 타고 모랫바람 가득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게
선뜻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우선은 재밌게 놀자!
어제 느꼈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새해 첫 날이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
마치 좋은 신호같다
올 한 해가 괜찮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오늘처럼 내가 만들어나가기 나름이겠지 뭐
오늘 참 행복했다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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