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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오랜만에 기록을 남기려고 하니 매우 어색하다!
이번 남아공 여행 준비(하는 척)하면서
내가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느꼈는데
그 중 한 변화는 지금 블로그를 쓰며 어색함을 느끼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바로
이젠 새로운 것 궁금한 것 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다는 거
놀랍게도 떠나는 오늘마저
별 감흥이 없다는 말이다 (블로그는 그야말로 의무 작성 중)
여행 떠나기 전 늘상 말도 안되는 투두리스트 작성하던 난데
이번엔 남아공에서 하고픈 걸 떠올리려 아무리 노력해봐도
딱히 떠오르는게 없었다
편히 쉬거나 뭔가를 사는 게 다더라
돈 쓸 궁리만 한다는 뜻이다
변한 내 모습이 많이 아쉽고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원체 무심한 사람이라
여행 때만 반짝이는 내 모습을 참 좋아했었는데
근데 어떡하겠어 누구 위하자고
내키지도 않는 거 하며 괴로워할 수도 없고
이제 이게 나다!
귀차니즘이 온몸을 지배하는 파워 p(낭만파)에다가
일로 바쁘기도 했어서
역시나! 이번 여행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았다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해결하겠지?
내 여행길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별로 외롭지만 않았으면 한다
좋은 사람 만나서 추억 나눴으면!
아무튼 어색함을 이겨내고 오늘을 조금 되돌아보자면
.
.
짐싸고 일하다가 새벽 4시 40분에 잠에 들었다
그리고 1시간 뒤에 기상
로드워로 이동해야 했다

집 안의 쓰레기를 모두 비우고
각 하수구 구멍을 휴지로 야무지게 막은 다음
어두운 자갈길을 걷는다!
카쿠마 탈출이다


캐리어를 끙끙 들며 이동하다 힘들어서 쉬고 있는데
붉어지는 하늘이 예쁘다
하늘을 좀 찍으려고 했는데요
바아로 옆 풀숲에서 스르륵..
혹시 그때 그 블랙밤바니?
다른 것보다도 컴파운드 내에서 뱀 마주칠까봐
늘 조마조마하다 ㅠㅠ
온몸에 소름이 우수수 돋은 채로(경기 일으킴) 걸음을 재촉한다

역시나 오기로 했던 차는 도착하지 않았다 케냐타임 대단해
자리를 내어준 G4S 게이트 아저씨는
- 차이나? 재팬?
- 아뇨 코리아요
- 코리아는 차이나? 재팬?
- 코리아는 코리아에요
- 코리아는 차이니즈 써 재패니즈 써?
- 코리안이요
휴 이런 바보같은 대화를 또 했다 오늘은 조금 즐겁게 받아주기가 싫더라..
*
조프리를 먼저 픽업한 후 에타보가 데리러 와주었다
참고로 조프리는 어제 늦은 밤에 갑자기 전화와서
사업 참여에 대한 본인의 의지표명을 드러내셨기에
마음이 약간 묵직했다
다시 사무실로 향하는 길
너무 피곤해서 머리 아프고 잠도 쏟아진다
아침 6시 반이건만 도착한 사무실은 불빛으로 환하고
차량 탑승 직전까지 아저씨들 남은 서류 프린트 하느라 바쁘다
우리 일 그만 좀 합시다아아악 ㅠ0ㅠ


하론-보시레-엘리자베스와 귀여운 아들-살로메-레닌-파트리샤-조프리-그리고 한 사람(기억 엑스)
이렇게 탑승 후 로드워 엘도렛 뚜엔데 뚜엔데!!!
.
.
차가 진짜 엄청 시끄럽다..
하론을 필두로 왁자지껄 난리도 아니었는데
난 애기랑 장난 쪼꼼 치다가(일방적인 조물조물에 가깝)
로드워 공항까지 한가득 숙면 취했음
모두들 메리크리스마스 해피뉴이어에요 ♡
진짜 (제발) 안녕!!!!!!!
**
로드워 공항에서는 홍보물품과 홍보비디오 논의가 이어졌다
홍보물품 언니는 로고가 많다고 징징거리시고
나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
연말무새야 나는
연말까지 줘!!! 연말까지 서류 받아야해!!! 지금 몇퍼 프린트했어 등등
난 여기서 대화라는 걸 하긴 하는 걸까 가끔 진지하게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홍보비디오... 그래 (의무적으로 하는 수긍)
정말로 이런 보여주기식 활동을 해야하나 싶은데
현장직원들은 오죽할까
며칠전 사무엘이 정부관계자에게 했던 말이 번뜩 떠올랐음
'도너는 리스닝하지 않아'
그땐 또 화도 나고 반박하고 싶었는데 (화꾹 흐린귀 시전)
이럴 때 이해가 가긴 간다 응응 이해해
아무튼 콜만 잔뜩 하다가 탑승 앤 이륙
오랜만에 창가를 얻었다!
침까지 흘리면서 3시간을 더 내리 잤는데요
그 와중에 변화하는 풍광을 좀 찍어보았다
(카메라 안닦은게 아니고 창문이 안닦인 것입니다....)



아 맞다 공항에는 휴가가는 각 기관 직원들로 북적였다
짐 박스가 다 RUTF 뭐 이런거라 웃겼음


의식하고 보니 차이가 더 극명하긴 했다
뜬금없지만 나이로비만 가면
며칠간은 아래와 같은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칼로베예이 사는 에롯 언니가 비행기 2시간 거리인 나이로비에서 태어났다면
청바지 입고 햄버거 먹고 있는 저 언니처럼
조금은 편히 살 수 있을텐데
뭐 이런 생각
매우 단편적이고 초등학생 같은 생각이지만(청바지 언니 인생이 쉽다고 재단해서 미안합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나이로비만 가도 천지가 개벽한 느낌이다
세상은 아주 아주 불공평해
공평이라는 단어는 우주만큼이나 멀다
모쪼록 무사히 나이로비 도착

안토니랑 전화 또 한바탕
내가 제일 늦게 나갔다
참고로 하론 아저씨는 이제 영원히 복귀하시지 못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복무 문제가 많이 심각했던 것 같다
우리 기관 넉넉한 기관인데
그제서야 최근(오늘 아침 포함) 좀 이상했구나 싶었다
무뚝뚝한 아저씨가 신나서 조금 취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무슨 사정이 있으셨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셨으면 좋겠다
인사 못해 아쉽다
늘 행복하세요 아저씨
***

얼른 호텔 체크인하고 웨스트게이트로 간다
KFC 때문이다
한식은 남아공에서 먹을 것 같았고
오늘은 진짜 크리스피하고 기름진 치킨 먹고 싶었다

뚜-둥
아니 며칠 전에 실라가 이 버거 추천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름도 경악스러운 냐마냐마 버거
버거를 감싸는 번은 빵 대신 치킨이다
시도는 좋았다
치킨 짜서 입술 따갑더라
케냐 KFC는 간도 못하고 크리스피하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치킨에서 냄새가 난다 ㅠㅠ
제대로 해주세요 ㅠㅠ
그래도 나이로비 나오면 무족건 먹을 듯
두통있는 주제에 기름칠해서 마냥 행복했다
아
저 버거가 추천된 배경이 뭐냐면
카이로 마르게리따 피자 덕밍아웃 했다가
마르게리따가 치즈/바질/토마토 토핑이 다라는 걸 알고
물음표 실라 등장
마사이의 피가 흐르는 본인은 고기 없는 음식을 용납할 수 없대
그렇게 맥도날드 햄버거 얘기도 하다가 KFC 냐마냐마 버거가 나와따
- 다음에 꼭 먹어봐
- 응
먹었다고 자랑해야지
카페에 따로 가려다가 쇼핑몰에만 머물렀다
까르푸에 물건 가득한 거 보면서 힐링하고
맘에 드는 옷도 입어보고
미니 샴푸 등 필요한 거 깨작깨작 사는게 행복했다
배경음악으로 캐롤이 나오는데.. 속으로 웃.음.만.발

카페에서 론리플래닛 읽는 척 하기
읽는데 눈이 너무 감겨서 엎드릴까 말까 100번 고민했다 ㅠ

급마무리하기는 하지만
오늘 총 15만원 소비했다
저 나이키 겁나 티셔츠 볼품없는데 무슨 7만 5천이냐 싶지만
옷 고르는 기준이 필드나갈 때 편할지 안편할지가 된지 오래다
그래서 그냥 샀다.. 마음에 드는 거 찾기가 어려운 동네야 위안하면서
다음 생에는 멋을 부리는 현대 여성으로 태어나야지
중요한 건 이번 달 현지 소비 총 17만 5천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쿠마는 날뛰는 내 지갑을 아주 틀어막지
.
.
이제 자야겠다
벌써 10시 반
오늘 아침 윌슨 공항에서 대기해주시던 기사님 개인 고용해서
새벽 4시에 국제선 공항 함께 가기루 했다!
여기서 나 변한 점 2번
옛날엔 죽어라 아끼기만 하던 난데
이제 돈 잘 쓴다
편한 게 최고다
아무튼 내일의 내가 무사히 요하네스버그에 잘 정착하길 바라며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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